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
관리자
분류외국인 남자
작성2023.11.1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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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30년 주력(走歷)으로 보스턴마라톤, 뉴욕마라톤은 물론 울트라마라톤까지 달리는 마라톤 매니아입니다. 일본의 분게이슌주(文藝春秋)사가 발행하는 [Number Do]에 달리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문답식으로 표현한 기사가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 이는 달리기의 교본이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의 달리기 생활을 엿본다는 차원에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운영자)
Q.1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조깅을 해오고 있습니다만, 추억에 남는 장소를 3개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디를 택하겠습니까? (40대·남성)
거리로 말하면 보스턴이 최고입니다. 찰스강변의 하버드대학 근처를 달립니다. 훌륭한 코스입니다. 겨울에는 도로가 얼어붙어 달릴 수 없지만... 그리고 교토에 가면 언제나 카모가와(鴨川) 강변을 달립니다. 오이케 근처에서부터 카미카모(上賀茂)까지 다리 몇 개를 돌아 들어오면 정확히 10km정도입니다. 거기가 좋지요. 또 한 군데는 뉴욕의 허드슨강가입니다. 소호로부터 죠지 워싱턴 브릿지의 근처까지 달리기를 위한 코스를 뉴욕 시장이 만들었습니다. 신호도 없고 화장실과 물마시는 장소도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어 훌륭해요. 센트럴파크도 좋지만 최근에는 소호 근처에 묵으며 허드슨강가를 달리는 것이 즐겁습니다.
Q.2 출전한 레이스중 가장 인상에 남는 대회는 어디입니까? (30대·남성)
보스턴을 능가하는 대회는 없어요. 6번 정도 달렸지만 거리에는 DNA로 마라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보스턴마라톤이 없는 보스턴이라는 도시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불가분의 존재입니다. 거리의 역할의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0년간 거의 같은 코스를 달리고 있고, 식순과 같이 전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단지 그 흐름에 편승하여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밴드가 있는지, 어디서 록키의 테마음악이 흘러나오는지도 다 알고 있습니다. 매년 웰슬리대학의 앞에서는 여대생들이 쭉 도열하여 키스 해달라고 하면 해줍니다. 여기서 멈춰야 하기때문에 기록은 떨어지지만(웃음).. 그리고 골인 후는 잘 얼려진 현지의 엘 맥주를 마시고, 굴을 먹으러 가면 행복한 기분에 젖어듭니다. "수고했습니다!"라고 웨이트레스가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합니다. 레이스라고 하는 것은 그런 식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Q.3 대회 도중에 화장실에 가고싶어지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30대·남성)
화장실이 없는 경우는 그 근처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지요. 보스턴의 경우는 스타트 지점인 홉킨톤에 화장실이 적기 때문에 모두 그 근처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여자도 선 채로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보고 움찔했지만 익숙해지면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도시지역의 레이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내 개인적인 대책으로는 스타트 20분이상 전에 마시면 소변으로 나오기때문에 물을 가지고 있다가 스타트 30초전 쯤에 마십니다. 그리고 달리기시작하여 레이스를 펼치면 땀으로 나오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Q.4 보조식품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30대·여성)
옛날에는 레이스중에 물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염분이 부족하여 가끔 다리에 경련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반드시 소금의 태블릿을 가지고 급수할 때 함께 섭취하고 있습니다.
Q.5 마라톤 후반 힘들어졌을 때 끝까지 계속해 달릴 수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지'밖에 없습니다만,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극복합니까? (40대·남성)
내는 언제나 마음에 정해두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지막 400m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레이스에서도 어떤 컨디션에서도 그 때 낼 수 있는 최대의 스피드로 전력 질주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의식이며 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몹시 지치게 되면 조금씩 빨리 가고, 그래도 마지막 400m만을 위해 힘을 길러둡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학을 관철하려고 해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만큼 내달리려는 부분에서 돌파하는 미학을 만들어 둡니다.
Q.6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대학 3년생입니다. 최근 매우 바쁜 상황입니다. 취업하기전까지는 주 80km정도로 달렸습니다만 최근에 이윽고 달리기를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하루키씨는 바쁜 시기에 어떠한 동기부여로 달리기를 계속 이어가는지요? (20대·남성)
일년 내내 매일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매일 제대로 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연령도 있고, 달리려고 생각했을 때 달리면 좋은 연령도 있습니다. 단지 어떤 시기, 어떤 연령대에는 매일 제대로 성실하게 달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이외에는 자신의 생활 페이스에 따라,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대로 달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중적으로 달려줘야 하는(LSD등) 시기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지금 달려야지"라고 분명히 결심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무리해서라도 달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Q.7 과거에 화가 난 일이나 싫은 사건이, 뜬금없이 뇌리에 떠올라, 무심코 발을 멈추거나 왠지 달리기가 괴로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그런 일 없습니까? (30대·남성)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부끄러웠던 일이라든지, 몹시 분했던 일 등이 왠지 문득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서점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웃음).
Q.8 오랫만에 남편과 싸움을 했습니다. 나는 화가 나서 마시고 있던 유리잔을 마루에 던져 깨버렸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초조함이나 스트레스가 밥공기라든지 접시를 부수는 것으로 해소되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리는 것이 거기에 필적할 정도로 시원해질까요? (30대·여성)
그렇게는 하지않습니다. 그것은 런닝같은 것으로는 해소할 수 없습니다. 달리는 것은 더 내적인 행위이니까요. 화가 나 있을 때는 어느 정도 직접적인 파괴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무엇인가를 우선 부수고나서 달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웃음).
Q.9 초등학교 1학년의 아이와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의 마라톤 대회에서 빨리 달리고 싶다고 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만,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 과연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무엇을 주의해야하는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30대·남성)
조언을 드리기 어렵네요. 하지만 아이는 부모나 어른이 하는 것을 잘 보았다가 반드시 그것을 흉내를 냅니다. 나도 근처를 달리다보면 자주 아이가 뒤에서 따라 옵니다(웃음). 그러니까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가 열심히, 그리고 웃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요? 반드시 아이가 따라할 것입니다.
Q.10 달리기를 하지 않는 나에게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만 '러너스 하이'는 어떤 상황에서 나타납니까? 머리가 텅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면 안되나요? (40대·여성)
돌연 기분이 좋아집니다. '러너스 하이'가 무엇인지 제가 정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어떤 시기 갑자기 몸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게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문이 열린다는 느낌일까? 설명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Q.11 구기나 단거리는 자신있습니다만 장거리에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없습니다. 물론 마라톤에도 전략이나 전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거기에 어떠한 창조성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라카미씨는 마라톤에 어떤 창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20대·남성)
창조성은 없지요. 단순한 반복이니까(웃음). 그렇지만 음악도 악기 연습의 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반복 자체에는 창조성은 없지만, 반복에 의해서 창조성의 토양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Q.12 저의 고민은 무릎이 약한 것입니다. 최근 반년 정도 달리기를 멈추고 수영을 하면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발이나 준비체조에 유의하면서 평상시부터 유연성 운동이나 근력 유지등에 노력하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하루키씨가 부상없이 계속 달리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는 것, 혹은 비결 등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50대·여성)
스트레치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사실 스트레칭은 꼭 해야하지만 내 근육은 달리기를 시작한 처음은 단단하지만, 달리는 사이에 점점 풀어져 부드러워집니다. 사실은 유연성 운동을 하면 처음부터 잘 움직일 수 있지만 장거리주의 경우 중간에 몸을 풀어주면 되겠지 생각하고 그대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문제는 다치지 않는 것입니다만 왠지 내몸은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 말이 별로 참고가 되지 않을 것같습니다.
Q.13 나는 중학생 때 장거리를 달렸고 달릴 때 오른 팔을 가볍게 돌리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하루키씨의 달리기 자세에 어떤 버릇이 있습니까? (30대·남성)
특별한 버릇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본인은 잘 모릅니다. 옛날 사촌형제가 있었습니다. 쌍둥이였는데 각각 팔을 움직이는 버릇이 좌우 거꾸로 였기때문에 2명이 나란히 달리면 정확히 좌우 대칭을 이루었다(웃음). 그러니까 버릇이 있어도 괜찮지 않습니까. 프로선수도 그런 독특한 달리기 자세가 있기 마련입니다.
Q.14 체중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식사도 그다지 많이 하지않으며 이번 달에 200km 정도 달렸습니다만 1kg도 변화가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회에 맞춰 감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대회전에 체중을 줄이려 노력합니까? (40대·남성)
감량은 하지않습니다. 단지 가능한 한 술은 하지않습니다. 레이스전 3,4일은 그다지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와인을 마시면서 달리는 것은 힘들겠지요. 또 가끔 담배를 피면서 달리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우스개로 자신을 과시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맥주 6팩을 가지고 달리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연출인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는 물보다 맥주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나는 아는 사람이 연도에 응원하러 나오면 반으로 자른 레몬을 준비해달라고 합니다.
Q.15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습니까? 만약 있으면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혹은 중도포기의 갈등을 느낀 적도 있으신지요?(30대·남성)
중도에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어쨌든 달리기 위해서 참가한 만큼 끝까지 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력으로 질주합니다. 단지 갈등(유혹)은 있었지요. "여기서 그만두면 얼마나 편할까?"라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다리에 경련이 발생하거나, 춥고 바람이 벌어 땀으로 몸이 차가워져 오면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도 멈춰 서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쥐가 나면 멈추지 않을 수 없기때문에 비참한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포기하면 끝이니까요.
Q.16 신발, 스톱워치, 복장에서 선글라스까지 무라카미씨가 달리는데 있어서 이것만은 없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용품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30대·남성)
복장(옷)에는 그다지 집착하지 않지만, 속건성의 복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땀을 흘리면 마르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몹시 편리해졌습니다.
신발에 대해서는 나는 원래 다리가 튼튼해서 어떤 러닝화라도, 어떤 양말이라도 전혀 문제가 없기때문에 특별한 조건은 없습니다. 단지 러닝화를 선택할 때는 우선 가벼운 것을 따집니다. 트레이닝용인지 레이스용인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구분하지 않고 겸용으로 착용하며 약간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길이와 발등의 폭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길이에 비해 발폭이 조금 넓기 때문에 반드시 신어보고 확인합니다. 나는 자주 하와이에서 러닝화를 사는데 "조금 근처를 달려 와도 좋습니까?"라고 물어보고 근처를 한 바퀴 달려보고 옵니다. 일본의 신쥬쿠라든지 짐보우초에서는 좀처럼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전 10 km레이스에 시계를 잊고 지참하지 않아 어떻게 할까하고 걱정했는데 어쨌든 내 몸과 대화하면서 숨이 차지 않는 페이스로 달려보니 몹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계를 착용하면 아무래도 보게되고 보면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더군요. 가끔은 시계 없이 달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Q.17 무라카미씨는 달리기 전이나 달린 후에 즐겨 드시는 음식이 있습니까? "마라톤 전날에는 반드시 이것은!" 혹은 "완주후에는 왠지 이것이 먹고 싶다!" "이것을 먹으면 컨디션이 좋다" 등등.. (30대·여성)
특별히 없습니다. 그냥 평소대로 먹고 있습니다. 뭔가에 집착하게 되면 원정 대회에 참가했을 때 귀찮아지기 때문에.. 옛날 살라자르라는 미국의 마라토너가 후쿠오카 국제마라톤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항상 아침에 팬케이크를 먹었는데 당시 후쿠오카에 아침에 팬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없어서 몹시 당황했다고 합니다(웃음). 그러면 매우 불편해집니다.
Q.18 달리다 보면 가끔 매우 행복한 기분이 드는 일이 있습니다. 어쩐지 자신이 상냥해지고 아주 좋은 사람이 된 기분, 물론 착각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기분은 대체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합니까? (40대·남성)
어디에서인가 왔을 것입니다. 싫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긍정적인 일을 생각하는 쪽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칭찬해 준 것이라든지, 잘 된 것의 느낌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의 순환이 좋아지면 비교적 긍정적인 일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Q.19 무라카미씨는 수줍어하는 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깅중에 정면에서 누가 달려오면 먼저 말을 겁니까? (20대·남성)
누가 와도 말은 건네지 않습니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어떤 분들이 불러 말을 먼저 걸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달리기중이라서.."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도망갑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매일 아침 내가 왕궁의 바깥정원을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을 때, 같은 시간에 시계방향으로 달리는 멋진 여자가 있었습니다. 인사는 하는데 말을 걸어본 적이 없어 한 번은 시계방향으로 달려볼까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하지못해 끝내 길이 엇갈려 말을 섞어보지 못했습니다.
Q.20 결혼한 사람이 바람을 피워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이혼했습니다. 그는 정확히 그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은 풀마라톤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시작한 시기와 달리기를 시작한 시기가 거의 같은데 무언가 관계가 있습니까? (30대·여성)
별로 관계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러 간다고 하고 여자를 만나러간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깅을 하면서 여자의 속옷을 도둑질하다 잡힌 사람도 있습니다(웃음). 매우 특수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Q.21 마라톤을 함께 달릴 수 있는 동물을 한 마리 주겠다고 한다면 어느 동물을 선택하겠습니까?(10세 미만·남성)
옛날 나는 개를 길러 개와 함께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상담하러 갔더니 그 정도의 거리를 함께 달릴 수 있는 개는 보르조이(borzoi)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그 녀석을 사러 동물숍에 갔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보르조이라는 개는 강아지 때 매일 아침 새를 맹물에 익힌 것을 1마리씩 먹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골격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같아서 단념했습니다.
그후 옛날 샴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샴고양이도 달립니다. 당시 코쿠분지(國分寺)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국립 히토츠바시 대학(一橋大學)의 운동장으로 데려가 400m 트랙을 함께 달려보았더니 200m까지는 따라왔습니다. 근성으로 그랬지만 도중에 징징거리며 화가 난 것같아 그만두었습니다만.. 고양이는 역시 장거리는 달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Q.22 달리는 중에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혼자서 웃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완전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무라카미씨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까? 대책을 세운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30대·여성)
있지요.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하곤 하는데 마주보고 오는 사람이 (나를 보고)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극히 평범한 재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것 때문에 다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너무 심각한 얼굴을 하고 달리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Q.23 어떤 인도의 요가수행자가 "생물의 한 평생 심박수는 정해져 있고, 심박수가 적은 동물일 수록 장수한다"고 말했다는데. 나는 맨 먼저 풀코스 마라톤을 계속하고 계신 무라카미씨가 떠올랐습니다. 이것에 대해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30대·여성)
평상시 내 심박수는 50안쪽으로 병원에 가서 심박수을 측정하면 꼭 "아 달리기하세요?"라고 묻습니다. 그 정도로 평상시는 내려가 있고, 거꾸로 가끔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심박수가 너무 느려집니다. 그러니까 달리는 동안은 올라가지만, 평상시와 평균적으로 보면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계속하면 심장에는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Q.24 달리기를 하기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일, 볼 수 있었던 경치, 만날 수 있었던 사람 등등...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40대·여성)
같은 코스를, 같은 시간대에 달리다보면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친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풍경으로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은 몹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 그러한 식으로 만나온 사람들은 정경적으로 몹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과 좋은 느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요.
Q.25 대회의 신청접수가 시작된지 며칠만에 정원을 초과한다. 도쿄마라톤의 신청접수는 경쟁율이 10대 1에 가까워 "레이스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루키씨는 미국에서도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데 일본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30대·남성)
일본의 레이스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이것을 어떻게든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몇개월 전에 신청해라고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모두 대형 대회에 관심이 쏠리는 데 풀뿌리 마라톤을 더 소중히 하고, 스스로 손수 만든 레이스를 고려해도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 살다보면 매주와 같이 그 근처에는 대회가 있습니다. 현지의 클럽이나 커뮤니티가 주최하고 참가자도 200명 안팎입니다. 그런 친밀한 레이스가 일본에는 별로 없습니다. 반드시 경찰이나 관공서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이 큰 일이겠죠. 그렇지만 이 정도로 달리는 사람이 증가하면 더 가까이에 그런 레이스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km나 10km로도 레이스를 달리는 만족감을 제대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좋고 기분이 상쾌하여 달리기를 하려고 러닝화를 신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우연히 근처에서 대회를 하고 있어 거기에 참가하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의 왕궁에서는 어렵다고 해도 강변 고수부지라면 비교적 간단히 허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곳에서 주 한 번 정도는 상설 대회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러닝전용 서킷(순환로)을 어디엔가 만드는 것입니다. 숲속에 1바퀴 5km 정도의 크로스 컨트리 코스를 만들고 입장료를 지불하면 하고싶은 만큼 달릴 수 있게 하고 숙소도 설치되어 있는 시설이 있어도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전에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나이키 본사(오른쪽 사진)에 갔더니 대단히 넓은 부지안에 3.5km 정도의 조깅코스가 있었습니다. 거기를 달리게 해주었는데 숲이나 구릉이 있고 지면에는 톱밥을 전면에 깔려 있어 매우 기분 좋았습니다. 도중에 제대로 된 트랙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행스러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료라도 좋으니까 그런 코스를 일본에도 어디엔가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그런 것이 꿈같은 이야기지만 지금이라면 수요도 있을 것이고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 Number Do(www.bunshun.jp)